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단상 감상

큰 시험을 하나 끝내고, 수험생 동지 몇이서 극장엘 갔다. 지친 심신을 위로하자는 차원에서 결정된 움직임이었다.

선택된 영화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였다.

 
 

11살의 소년이 외계인 수준의 재능을 지녔다는 것이 약간 께름칙하긴 했지만, 세상에는 모차르트나 사라 장 같은 천재도 있는 법이니 그러려니했다.

그 외에도 시퀀스의 허술함, 우연에 우연을 거듭한 전개, 비효율적인 캐릭터 활용(특히 로빈 윌리암스! 어정쩡한 연기 변신 + 막판에 행방불명 = 듣보잡 캐릭터)이 아쉬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이후, 문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충족감으로 가슴이 뿌듯해졌다.

제작자가 거기까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내 경험과 겹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영화는 단순한 상업영화 이상의 기쁨을 주었다.

(단순한 상업영화로 보았다면 오히려 상기한 허술함 때문에 수준 이하의 영화라고 폄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래엔 흰색으로 영화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음. 드래그 하면 보임)

이 영화의 중요한 메타포는 '음악'이다.

락 밴드의 리드싱어와 쥴리어드 출신의 첼리스트 사이에서 태어난 어거스트(프레디 하이모어)는 세상의 모든 소리 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아이다.

고아원에서 놀림 당하고 괴물취급을 받으면서도 어거스트는 자연과 사물이 내는,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 소리를 따라 고아원을 떠났다.

이후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사실 그리 복잡하진 않다. 영화 자체만으로는 이 부분이 많이 아쉽다. 개연성이 떨어진달까…) 센트럴 파크에서 자신이 작곡한 곡을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로 공연하게 된다.

그 곳에서 음악은 서로를 강한 인력(引力)으로 이끌어 얼굴도 보지 못한채 헤어져야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 음악은 '영성'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었다.

- 음악은 세상에 모든 곳에 가득히 울려 퍼지지만 정작 그것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다는 것

- 전혀 다른 곳에서 연주되는 첼로와 일렉트릭 기타가 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 낸다는 것

- 음악을 통해 서로가 강하게 이끌리고 관계 맺어가는 것

 
 

특히 마지막 '음악을 통한 이끌림'은 리처드 포스터가 종종 인용하였던 시편 42편 7절의 말씀 '주의 폭포 소리에 깊은 바다가 서로 부르듯'을 연상시켰다.

 
 

- 모두에게 열려있으나, 동시에 은폐되어 있는 신비

-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신비

- 개인이 아닌 관계를 추구하는 신비

 
 

어거스트 러쉬를 통해 내가 느껴왔고 추구해왔던 영성의 일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좋다!

 
 

 
 

덧말

영화볼 땐 몰랐는데,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타블로와 구혜선이 이 영화에 출연했다더라… 2초쯤 ㅎㅎ

어쩐지… 영화속 현수막에 제일제당(CJ) 로고가 나와서 깜짝 놀랬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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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거스트 러쉬...멋진 영화 그러나...큰 옥의 티..[스포일러 있음] 2007/12/08 02:11 #

    [영화포스터 원본] 간만에 영화 한편 댕기기 위해 일찍 퇴근.... 다시 극장으로 고고씽~ 뭘볼까 하다가....지난 번 예고편에서 본 어거스트 러쉬가 생각이 났다. 회사 후배도 추천을 했고... 그래서 어거스트 러쉬....빙고~ 와이프랑 영화 제목에 대해서 궁금함을 동시에 느끼고 서로 의견 대립.... 까칠맨 : "아마도 8월에 태어나서 고아로 자라서 붙여진 예명 아닐까?" 예리예리..ㅎ 와이프 : "아냐! 네가 말한 건 다 아니었어"...ㅡ,...... more

덧글

  • 방울토마토 2007/12/10 11:49 # 답글

    전 한번 보고 어머니랑 한번 더 봤는데, 그 사실을 알고 다시 보니까 구혜선 타블로 2초 아니구요 생각보다 오래, 자주 나와요~ ^^ 그 빈민 소굴 같은 집에 로빈윌리암스가 등장하는 시점부터 돈 걷은 후 자러가라고 불끄기 직전까지도 계속 계속 나옴..^^ 하지만 둘이 구경꾼처럼 웅성거리며 계속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출연 안하는게 더 나았을 뻔..^^
  • 길벗 2007/12/13 22:21 # 답글

    방울토마토 / 오호~ 2초가 아니었군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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